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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의 기준.

隱鄕 2006. 12. 24. 23:18


 마기는 상인의 자식으로 상당히 잘생긴 남자였다. 젊고 재주가 출중했는데, 거기다 노래와 춤까지 즐겨 배우들과도 친하게 지냈다. 당시 유행하던 머리띠라도 두르면 여자 뺨치게 아름다워서 준인俊人이라 불리었다. 나이 열넷에 현의 생원이 되어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자 은거 생활을 하던 아버지가 말했다.
 "학문을 하면 책 따위는 배가 고프다고 해서 끓여먹을 수도 없고 춥다고 해서 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잖니. 내 뒤를 이어 장사라도 하는 게 좋겠구나."
 그래서 아버지의 뜻에 따라 그 길로 들어섰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와 바다로 나갔다가 폭풍을 만났다. 바다 위를 떠돈 지 며칠이나 지나서 어느 마을에 표류했다. 그 곳 사람들은 모두 생김새가 이상했는데, 마기를 보자 마치 도깨비 보듯 놀라며 도망쳤다. 마기는 처음에 이상하게 생긴 그들의 얼굴을 보고는 모골이 송연했으나 상대방 역시 자기 얼굴을 보고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다음부터는 반대로 그들을 윽박질렀다. 뭔가 먹는 자들을 보면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리고 그들이 깜짝 놀라 도망가면 남긴 음식을 먹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산속 마을로 들어갔다. 그 곳에는 사람과 비슷한 얼굴을 한 자도 있었지만 누더기를 걸쳐 마치 거지와 다를 바 없었다. 처음에는 마기가 나무 아래서 쉬고 있으면 마을 사람들은 멀리서 주저하며 엿보곤 했다. 그러다가 사람을 잡아먹는 도깨비가 아님을 알자 슬슬 가까이 다가왔다. 웃는 낯으로 말을 걸어보자 언어는 달랐지만 반쯤은 말이 통했다. 그리하여 이 곳까지 흘러들어온 사정을 이야기해주자 마을사람들은 기뻐하며 이 나그네가 사람을 먹는 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문냈다. 그래도 기묘하게 생긴 자들은 멀리서 바라만 보다가 이내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절대로 가까이 다가오려고 하지 않았다. 다가온 자들의 얼굴 생김은 모두들 중국인과 다름없었는데 저마다 술과 음식을 가지고 왔다. 그래서 어째서 처음에 다들 도망치거나 숨었는지 물어보니 이렇게 대답했다.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서쪽으로 이만육천리 저편에 중국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 곳 사람들은 모두 흉측하게 생겼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게 진짜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