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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 올림픽.
隱鄕
2008. 9. 4. 00:27
결산
1. 유도 - 최민호, 장성호
올림픽의 모든 종목 중에 가장 즐겨보는 종목은 유도와 체조. 올림픽 기간 중 유도가 끝나면 그 대회는 반쯤 끝난 느낌이 들 정도다.
올림픽 전에는 이원희를 누르고 나온 왕기춘이 모든 주목을 받았지만, 내가 본 금메달 1순위는 최민호였다. 아테네 올림픽 8강전에서 아쉽게 패배했던 최민호는 그 때에도 우승이 유력한 선수였다. 이 대회 1회전 상대가 베이징 올림픽 결승 상대였던 오스트리아 선수였다. 그 때도 한판으로 돌려보냈으니 이번에 결승에서 최민호를 만나길 다행이라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던 몽골의 차간바타르와의 8강전, 평범한 누르기 자세에서 갑자기 쥐가 나면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판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 경기를 보면서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실력차는 분명히 나는 선수인데 지난 해 세계선수권에서도 이 선수에게 진 적이 있으니 유독 경기가 안 풀리는 상대였던 모양이다. 8강전 이후 한동안의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지 않을 수 없었다. 체력을 회복한 최민호가 올라갔다면 노무라가 우승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올해. 최민호의 호쾌한 한판 행진은 4년 전이나 별로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뜻밖의 불운만 없다면 최민호의 우승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윤현 선수의 은메달 때부터 올림픽 유도를 보아온 이래 이렇게 완벽한 우승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2004년에 가장 안타까운 선수가 최민호였다면, 이번 대회에는 장성호였다. 마지막 올림픽을 맞은 노장에게 행운이 찾아오지 않았다. 사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장성호에게 우승까지는 무리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는 이번 대회야말로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게 아니었나 싶다. 긴장하여 공격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8강전 상대 몽골의 나이단이 금메달을 가져갔다.(또 몽골이다.) 4년 전에는 유럽 선수들이 강세를 보였고 장성호가 막판에 뒤집기로 이긴 이스라엘의 제비도 장성호보다 강한 선수였는데, 이 대회에 출전한 유럽 선수들의 기량이 오히려 이전만 못해 보였다.
큰 키에서 나오는 장성호의 밭다리와 허벅다리 후리기는 상대의 경계 대상으로 상대들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고 몸을 뒤로 빼는 자세로만 경기에 임했음에도 심판의 지도가 제 때 주어지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체력이 조금만 더 받쳐줬다면 그조차 넘어섰을텐데..
2. 여자 핸드볼 - 우선희의 공백
세계 최고의 측면 공격수 우선희가 빠지면서 전력에 큰 손실을 입은 채 올림픽에 나가게 되었다.
우선희가 없어서 팀 공격 패턴에 큰 차질이 생겼다. 이 대회에서는 측면 공격의 비중이 지난 대회보다 낮았고 또한 사이드에서 확실히 골을 넣어주던 선수가 빠짐으로써 득점력에도 큰 공백이 생겼다. 측면 공격도 안정화 쪽으로 편중될 수 밖에 없었다.
3. 체조 - 동유럽의 쇠퇴
동유럽과 러시아의 약세가 두드러진다. 셰르보, 네모프처럼 동시대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던 선수들을 더 이상 배출하지 못 하면서 세계의 기량차가 줄어들었고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 이 대회 체조 금메달의 절반 이상은 중국이 쓸어갔다. 개최국 이점으로 석연찮은 금메달도 있긴 했으나 실력만 놓고 봐도 중국 선수들을 앞설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 폴 햄이 돌아오면 개인종합이나 한두 개 종목에서 일합을 겨룰 수 있을 것이고, 양태영과 유원철이 평행봉에서 2위권을 다툴 수 있을 것이다. 양태영은 세계 최정상의 기량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4년 뒤에 평행봉에서만은 한 번 더 기회를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스로도 은퇴하기 매우 아쉬울 것이다.
4. 리듬체조 - 마리아 페트로바의 후예는 언제쯤..
90년대 이후 인물이 없다. 챠시나는 벌써 은퇴했는지 보이지도 않고. 무엇보다 TV에서 보여주질 않으니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기껏해야 신수지 나올 때만 보여줄 뿐.
5. 태권도 - 임수정의 귀곡성
태권도는 발로 공격하는 경기이므로 타격 이후 중심이 흐트러지고 넘어지는 일이 빈번하여 때리고 자빠지는 놈이 이기냐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약점이 있다. 겨루기를 해봤다면 공격을 노리는 긴장감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 무술 대련을 해봤을 시청자가 얼마나 있을 것인가. 판정의 애매함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태권도의 가장 큰 숙제로 다시 한 번 부각되었다. 선제 공격에 과감한 가점을 주는 것이 가장 큰 요점이 아닐까 한다. 아니면 소극적인 선수에게 돌려차기를 쓰지 못하게 하는 벌칙을 준다든가.
이번 대회 태권도 경기에서는 임수정의 비명 소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6. 탁구 - 철의 장벽 중국
세계 각국의 국적으로 출전하는 중국 선수들을 뚫어야 하는 중국 이외 나라 선수들의 노고를 감안해야 한다. 애초에 금메달은 전부 중국 차지임이 분명한 것이었다. 다만 변수가 있다면 남자 단식 뿐이 아닐까 생각했고 그 주인공은 유럽 최강 티모 볼과 한국의 오상은 뿐이라고 보았다. 마침 이 둘이 16강에서 만났고 오상은이 완승을 거두는 것을 보고 조금 더 희망을 가졌는데, 8강에서 역시 중국에 패배. 상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면 승산이 있었을텐데, 승승장구하여 금메달까지 가져갔으니..
7. 양궁 - X!
관중석에서 시끄럽게 할 때 활시위를 소리나는 쪽으로 돌리면 조용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