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를 유인하여 창 밖에 거미줄을 치게 만든다. 뚫어져도 재생된다.
개는 하루종일 꼬리를 흔들어댄다. 하루에 몇 바퀴나 돌리는지 모르겠지만 그 운동방향이 그런대로 일정한 편이니 발전기를 달아서 제 밥벌이라도 하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다음은 몇 가지 고려할 문제들이다.
1. 우선 개마다 꼬리를 돌려대는 형태가 다를 것이니, 회전 운동인지 직선 왕복 운동인지에 따라 발전기 형태가 약간 달라질 것이다.
2. 개가 미친 듯이 꼬리를 흔들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개 주변에 개가 좋아하는 생물을 둬야 한다.
예) 주인, 이성인 개(취향이 독특한 녀석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옆집 아저씨 등
3. 개 옆에 개가 싫어하는 사람을 접근하게 해서는 안 된다. 반갑지 않은 놈에게는 꼬리를 흔들지 않는다.
예) 보신탕집 주인, 옆집 아저씨, 옆집 고양이(스누피가 싫어하는 동물), 그 밖에 개가 싫어하는 인상을 가진 자 등
4. 개가 무서워하는 생물이 접근하게 해서도 안 된다. 무서우면 꼬리를 내린다.
예) 호랑이, 사자, 곰, 표범, 코끼리, 기린, 코뿔소, 타조, 하마, 물소, 들소, 적토마, 고릴라, 비단뱀, 독수리, 상어, 참치, 천산갑, 개장수, 용 등
5. 동물 학대 얘기 안 나오게 잘 먹여야 한다. 잘 먹어야 꼬리도 잘 흔든다.
개꼬리의 운동 에너지를 버리지 말고 아껴 써서 에너지 절약에 이바지해야 한다. 소꼬리 발전기도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여태까지 본 음악회 중 두번째 또는 세번째로 감동적이었다.
여든이 다 된 노구로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서서 연주하는 체력 또한 경탄할 만 하였다.
최근 들어 샤프펜의 뚜껑이 헐거워졌다. 어쩌면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지주머니에 넣고 나갈 때 뚜껑만 동전주머니 속에 따로 넣어두었다.
그런데.
샤프를 잃어버렸다.
뚜껑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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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엔 중국 정부가 A자 다섯 개를 붙인 최상급의 여유경구(旅游景區ㆍ관광경승지)가 66개 있다. 66이란 숫자가 주는 어감으로는 많구나 싶지만, 면적 대비로 보면 매우 희귀한 존재다. 중국 대륙은 약 960만㎢로 남한 면적 약 10만㎢의 96배다. 단순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만, 남한의 1.5배 정도 되는 넓은 면적에서 한 군데씩만 고른 셈이니, A5급 경구는 그래도 괜찮은 절경지임을 짐작할 수 있다.
절강성 온주시의 안탕산(雁蕩山ㆍ얀당샨)도 국가 A5급 여유경구 중 하나다. 66개 A5급 풍경구 중 짧게나마 산행을 동반한 탐승이 이루어지는 곳은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안탕산의 존재는 등산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중국 내의 여러 산 중에는 백두산 이외 황산, 옥룡설산 등이 A5급 풍경구로서 인기를 끌어왔다. 안탕산은 아직 국내 등산인들에겐 생소하지만, 그 존재가 널리 알려지면 중국행의 흐름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절경이었다. 인천공항에서 항주까지 2시간30분 간 다음 다시 버스로 4시간쯤 고속도로를 달리면 안탕산 기슭이다.
안탕산은 한 마디로 ‘중국의 주왕산’이다. 경북 청송의 주왕산과 암질이며 바위 형태가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그러나 암봉의 규모가 갑절 이상 크고 숫자 또한 월등히 많다. 주왕산에 기암(旗岩)과 급수대와 학소대, 시루봉이 각각 하나씩이지만 안탕산에는 제1,2,3,4,5…의 기암, 급수대, 시루봉이 산지사방에 널렸다. 그 크고 무수한 암봉들이 좌우상하로 중첩해 늘어섰으니 진실로 ‘마음과 눈을 모두 놀라게 할’ 천하절경일 수밖에 없다.
1억3천만 년 전 용암분출로 기암 생성 시작
주왕산과 마찬가지로 안탕산의 기암 탄생은 분화구에서 솟아오른 용암이 ‘휘돌아 흘러가다가 식으며 엉기어 굳은’ 회류응회암(回流凝灰岩)이란 암질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고 한다.
‘움푹한 지형에 고이며 흐름을 멈춘 용암이 응축해 굳는 동안 체적이 줄어들면, 가뭄 때 마른 논바닥 갈라지듯 주로 수직 방향으로 좁고 긴 균열이 생긴다. 이 틈새로 물이 흘러들며 침식이 이루어져 길고 높은 기둥 모양의 암봉이나 가파른 절벽이 생겨났다. 이러한 폭발과 응축 과정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겹치며 반복되어 여러 층의 절경 기암이 탄생할 수 있었다. 다만 형성 연대가 안탕산이 약 1억3천만 년 전, 주왕산의 약 7천만 년 전으로 다를 뿐이다.’
지질학자들의 말을 대략 요약하면 이와 같다. 그런데 산이름은 왜 안탕산일까. 주왕산은 주왕(周王)의 전설에서 이름이 왔다. 안탕산은 산중의 호수에 기러기(雁)가 날고 갈대가 흔들리는(蕩)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안탕이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아차! 잘못 왔다’ 싶었다. 안탕산 기슭 조양산장에 도착, 냉방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후끈하고 습한 공기가 단숨에 몸을 휘감았다. 목욕탕 사우나에 들어서는 순간의 느낌, 현상 그대로다. 카메라 렌즈조차 뿌연 수증기로 가려졌다.
여기는 위도가 28도 지역으로, 서울보다 10도쯤 적도에 가깝다. 그러니 한낮 기온이 40℃까지 올라간다. 민가가 전통적으로 모두 2층 이상인 이유도, 1층은 너무 더워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데를 혜초여행사 박장순 이사의 경치 좋다는 꾐에 빠져 그저 생각 없이 따라 나선 게 실수였다.
“어이, 박 이사. 책임집시다!”
그러나 중키에 80kg이 넘는 과체중이라 가만히 서서도 땀을 줄줄 흘리는 불쌍한 박 이사가 무얼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까. 먼 길 달려 왔는데 그냥 호텔 방에만 앉았다가 갈 수는 없는 일이라, 결국 배낭을 메고 ‘안탕 사우나’ 속으로 나섰다.
역시, 중국인 등산객은 전혀 없었다. 우리 일행처럼 배낭 메고 등산화를 신은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고, 거의가 손에 생수통만 달랑 들거나 아니면 부채에 양산을 받쳐든 사람들이 모두다. 아예 웃통을 벗어버린 사내들도 여럿이다. 안탕삼절의 하나인 대용추폭포의 절정을 보려면 7월 장마철이 제철이라지만, 공짜 여행에 웃돈을 얹어준다고 해도 여름 안탕산은 피하길 권한다.
영암, 영봉, 삼절폭 경구에 기암들 특히 밀집
이 경구에서는 대용추폭포보다는 오가는 길에 푯대처럼 꼿꼿이 선 전도봉이 제일 볼거리였다. 전도봉은 높이가 70~80m는 되어 보이는 원추형 긴 암봉으로, 가운데가 길게 쪼개어진 전지가위 형상이다. 그래서 전도봉(剪刀峰)이지만, 가다가 옆에서 보면 악어봉이며, 숲속에 들어 뒤돌아보면 피사의 사탑 같았다가, 혹은 해풍을 잔뜩 머금은 범선의 돛 같아서 일범봉(一帆峰)이다. 보는 방향마다 그렇게 형상이 다르고, 그런 지점마다 다른 이름을 붙이고 화살표식을 한 팻말을 세워두었다. 이곳 안탕산의 기암봉들은 이렇게 방향에 따라 달리 붙인 여러 개의 이름을 가졌다.
왕복 2km도 채 안되는 짤막한 거리의 대용추경구 탐승만으로 모두들 더위에 혀가 늘어졌다. 그러나 심한 더위를 먹고 건망증들이 생긴 것일까. 점심 후 시원한 호텔 방안에 누워 잠시 눈을 붙이고 나서는 금방 아까의 그 혹독한 더위를 깡그리 잊은 듯,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17명 일행 모두 밖으로 나선다.
오후 탐승 대상은 영봉경구의 핵심지. 개설한 지 3년도 안된 루트를 따라 영봉지구 전체가 조망되는 암봉까지 오를 것이라 한다. 또아리 모양의 도로를 따라 오르다가 곧 조양동이라 이름붙인 바위협곡지대로 접어들었다. “여기도 절벽 위에서 물줄기가 흘러야 제격인데…” 하며 현지 가이드 아가씨는 아쉬워한다. 탐승로 중간 여기저기엔 사방의 기암봉을 구경하며 오르라는 뜻에서 화살표로 방향 표식을 해둔 ‘옥인봉(玉印峰)’, ‘금구봉(金龜峰)’ 등의 팻말이 서 있다.
사람들이 늘 다니는 등산로 돌계단에도 퍼런 이끼가 끼어 있는 것으로 보아도 여기는 연중 습도가 대단한 지역임을 알 수 있다. 땀으로 젖은 손수건을 쥐어짜며 이윽고 오른 산릉. “후와, 바람이다!” 바다로부터 불어온 시원한 바람에 다들 환호하며 웃통을 벗어젖혔다. 저 멀리 바다가 손바닥만하게나마 뵈지만, 흙탕물 색이다. 여기 바다 빛은 늘 저렇다고 한다.
시원한 바람과 더불어 오른 해발 320m쯤 되는 암릉 조망대에서 문득 우리는 황홀경을 맞았다. 서편으로 설핏 기운 태양의 황금빛 햇살을 뒤로 받은 거대 기암들이 서로 다른 윤곽선과 농담으로 초대형 장막처럼 겹치며 계곡은 웅혼한 입체감으로 가득 채워졌다. 진실로 그 독한 더위도 잊고, 우리는 암릉을 오가며 영봉경구의 절경에 몰입했다.
매미소리마저 메아리 지는 좁고 깊은 협곡
두 암봉 사이의 안부로 하여 천문협곡으로 내려섰다. 매미 소리마저 울림을 가질 만큼 좁고 깊은 바위협곡이다. 검은 그늘이 진 협곡 저 앞으로는 두 손바닥으로 척 밀어붙여 세워둔 듯한, 붉은 색의 장수대 하늘벽 같은 대암벽을 가진 암봉 초운봉(超云峰)과 천관봉(天冠峰)이 양쪽으로 하나씩 섰다. 그 암봉들이 뿌리내린 명옥계(鳴玉溪) 계곡 바닥에 내려서자 순식간에 땀이 잦아드는 서늘한 골바람이 나무 이파리들을 일제히 뒤집으며 불어왔다. 이 골바람 덕에 그래도 여기는 여름을 날만 하겠다 싶다.
얼른 호텔로 가자며 영봉경구 매표소 밖까지 나서더니, 땀이 좀 식자 모두들 딴 마음을 냈다. 저 계곡 위로 뵈는 석양빛이 괜찮으니 중간 전망대까지만 갔다가 내려오자는 것이다. 더위를 먹은 것인가, 아니면 아까 본 경치에 그만 취해버린 것인가.
중국의 공원 입장료는 좀 비싸다. 이곳 영봉경구만 해도 30위안(한화 3,700원)이며, 야간에는 같은 액수로 따로 받는다. 이곳 영봉경구는 야경으로 유명하다. 폭죽이나 휘황한 조명으로 연출되는 야경이 아니라 이 경구의 숱한 기암들이 야간에 드러내는 실루엣 풍경을 말하는 것이다.
이마를 맞대거나 어깨를 부비며, 혹은 나홀로 우뚝 선 거대 기암봉과 대장벽들에 황금빛 저녁 햇살이 빗살무늬로 내리비추는 명옥계 계곡은 장엄미로 가득했다. 대암봉이나 암벽 하단부의 설동(雪洞), 관음동(觀音洞), 북두동(北斗洞) 등 동굴 안에는 여러 층의 사찰들이 들어앉아 명옥계의 풍경을 더욱 기이한 것으로 떠올리고 있다. 울 명(鳴) 자를 쓴 계곡 이름 명옥계는 소리가 없어도 이미 웅혼한 울림이 느껴지는 이 계곡의 웅장미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합장봉, 노파봉, 쌍죽순봉, 투계봉 등, 밤중이 아니어도 이미 이름이 참으로 절묘하다 싶은, 이따가 영봉야경을 연출할 기암봉들을 바라보며 15분쯤 걸어 올라가 작은 절벽 위의 정자각에 올랐다. 남동쪽 저 위 투계봉 너머, 우리가 아까 올랐던 해발 320m 지점의 암릉부터 그 아래 거대한 바위병풍과 기암봉, 대동굴들이 한눈에 조망되는 자리다. 서편 계곡 상류쪽은 기암봉과 햇살 무리의 조화로 또한 아름다웠다.
솔바람도 부는 이곳에서 우리는 오래도록 떠나지 못했다. 진실로 더위를 무릅쓰기를 잘했다면서 우리는 사위가 어둑신해질 때까지 이곳에 머물렀고, 기다리다 못해 올라온 가이드의 재촉에야 비로소 발길을 옮겼다.
저녁식사 후 되올라와 안탕삼절 중 하나라는 영봉야경을 보았다. 아까 낮에는 합장한 모습이던 합장봉이 가이드가 안내하여 세워주는 자리에 따라 포옹한 남녀의 모습인 연인봉, 혹은 막 나래를 접은 독수리봉이 되었다가 어느 지점에선가는 고개를 젖혀 바라보자 얼굴 위로 바투 다가드는 듯 사람을 놀라게 하는 두 개의 커다란 젖무덤 모양인 쌍유봉(雙乳峰)이 되었다. 물소봉, 목동봉, 노파봉 등 수십 개의 영봉 야경은 모두 그렇게 상상을 동원해 만든 실루엣 풍경들이다.
안 보자니 아쉽고, 보자니 너무 더운 낮을 피해, 둘쨋날은 새벽부터 산행키로 꾀를 냈다.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서늘하기까지는 않았으나, 견딜만했다.
깊은 산중에 웬 엘리베이터?
가이드가 먼저 삼절폭 경구부터 가자고 해서 다소 실망했다. 물줄기 없는 폭포를 무슨 재미로 볼까. 원통형의 거대한 동굴을 3분의 1쯤만 잘라내고 곧추 세워놓은 듯한 폭포굴은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낮은 속삭임에도 예민하게 반향한다. 하절폭에서 중절폭에 이어 상절폭으로, 우리는 형성 연대에 따라 여러 층의 커다란 단을 이룬 안탕산의 절벽을 이리저리 더듬듯 하며 거슬러 올랐다. 어제의 영암경구에 비하면 다소 단순한 듯한 붉고 검은 절벽 풍경이 조망점마다 반복되었다.
이윽고 해가 떠오를 무렵 계곡 저 아래에서 유장한 분위기의 음악 소리가 한동안 이어지더니 요란한 폭죽소리가 또한 길게 이어졌다. 사람이 수명을 다 누리고 죽었을 때 저렇게 폭죽으로 축복한다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어제와 비슷한 해발 300m 정도까지 올랐다가 우리네 것과 똑같은 더덕 내음이 풍기기도 하는 산중턱 가로지름길을 따라 우리는 정명곡(淨名谷) 계곡 상류로 향했다. 푸르스름한 이내로 덮인 좁고 긴 이 계곡에서 단연 으뜸인 경관은 다듬이 방망이와 흡사한 모양으로 곧게 선 일품봉(一品峰)이었다. 계곡 바닥으로 내려섰다가 맞은편으로 조금 올라가면 저 멀리 귀두까지 확연한 남근석이 보이긴 했지만, 이틀새 워낙 이런 형상의 바위를 많이 보아 별 감흥이 없다.
급비탈의 암벽이어서 혹 바위라도 굴러내리면 피할 재간이 없겠다 싶은 협곡 가운데 휴게소 지나 삼절폭경구 매표소를 빠져나왔다. 오전 8시. 관리소 아가씨가 매표소 주변을 긴 빗자루로 쓸고 있다.
약 2시간30분, 6.5km에 걸친 삼절폭 경구의 오전산행은 그런대로 견딜 만 했지만 조식 후 마지막 남은 영암경구쪽 길은 어떨까.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서 주욱 가로질러 가면 되는 관광 코스라는 말에 모두들 혹 해서 나섰는데 아뿔싸, 케이블카가 고장이란다. 다행히 소형 버스로도 종점까지 오를 수 있다기에 가슴을 쓸었다.
A와 B는 1년 정도의 간격이 있으나 B의 시점에 들었음이 분명한 음악을 들을 때마다 A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